IBD 고양이 식이 관리와 사료 선택 기준 | 가수분해vs단일 단백질 비교
규봉이는 어릴적부터 구토가 잦은 고양이었습니다. 아주 아기때부터 그러지는 않았어요.
규봉인 아기 고양이 시절부터 2019년 까지는 건사료를 먹다가 2019년 4월부터 습식 사료로 전환을 했는데요. 그 즈음 부터 구토가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위장관이 건강한 고양이의 경우는 습식이 구토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규봉이는 한 가지 건사료만 먹다가 갑자기 다양한 습식 사료를 먹다보니 위장이 많이 무리를 하게 됐나봐요.
초반에는 습식에 전성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유명한 습식 위주로 급여했었는데 이게 위장관이 약하고 알러지가 있는 규봉에게 트리거가 되었습니다. 흑흑…😭 이 때는 고양이가 구토하는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무지한 집사였기에 규봉이가 고생을 많이 했어요.
알러지나 IBD같은 질환의 경우 완치 개념 보다는 재발 관리형 질환이기 때문에 집사의 많은 관심이 필요해요. 그래도 잘 관리해준다면 아이들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1. 가수분해 사료의 선택
IBD 고양이 집사라면 가장 먼저 가수분해 사료를 먹여야할까 고민이 많으실 것 같아요. 가수분해 사료(Hydrolyzed diet)는 단백질을 아주 잘게 쪼개서(가수분해) 면역계가 단백질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도록 만든 특수 사료예요.
단, 가수분해 단백질이라고 해도 100% 반응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드물게는 심한 알러지 개체에서 가수분해 단백질에도 반응할 수 있어요.
- 일반 단백질 : 면역계가 인식 → 알레르기나 염증 반응 유발 가능
- 가수분해 단백질 : 너무 작은 조각이라 면역계가 인식 못함 → 염증 반응 ↓
1️⃣ 가수분해 사료의 특징
- 식품 알레르기나 민감성 있는 고양이에게 흔히 사용
- 동물병원 처방식(Prescription diet) 형태가 대부분
- 보통 단백질 크기가 2,500~15,000 Da 이하, 일부는 < 3,000 Da 까지 분해됨
2️⃣ 가수분해 사료, 꼭 먹어야할까?
IBD의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IBD라고해서 무조건 가수분해 사료를 먹여야 하는건 아니에요. 하지만 식이가 원인인 IBD라면 병원에서는 가수분해 사료를 추천합니다.
여기서 또 한번 집사의 선택이 필요합니다. 가수분해 사료는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기호성의 문제가 따라옵니다. 아이가 잘 먹어준다면 가수분해 사료를 급여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반 사료 중에서 골라야하겠죠?
2. IBD 고양이 식이 관리 : 단순화하기
가수분해 사료를 급여하지 않는다면, 단백질원을 단순화해주는게 좋습니다. 의외로 IBD 고양이들 중에 닭고기 알러지가 있는 아이들이 많아요.
규봉이는 생선류에 알러지가 있는데 생선이 주단백질원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습식에 생선 오일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습식 선택에 어려움이 많았어요.
가수분해 사료가 아닌 일반 사료를 급여하기로 했다면 전성분이 최대한 단순한 제품을 고르는게 좋습니다.
1️⃣ LID 사료 급여하기
LID 제품은 단일 단백질 사료로 알러지가 있는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선택해 볼 수 있는 제품이에요. 하지만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은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는 않습니다.
2️⃣ 겔화제를 최소화한 사료
집사들 사이에서 통칭 ‘1군 사료’로 통하는 제품이 있어요. 1군 사료는 검류가 포함되어 있지 않고, 믿을만한 제조국(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서 생산된 제품입니다.
겔화제 자체가 독성이 있는건 아니지만 장내 발효, 삼투 작용, 민감한 고양이에게 설사 유발 가능성이 있습니다. IBD는 장이 약해져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장에 자극이 될 수 있는 겔화제의 섭취는 최소화 하는게 좋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라는 동물은 그렇게 주는대로 먹어주지를 않아요…😢 집사의 기준에 맞는 습식을 정해놓고 하나씩 기호성 테스트를 해보는게 좋아요. 단 여러가지를 한번에 테스트하면 안됩니다. 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나씩 급여해주세요.
3️⃣ 중단백, 중지방의 사료
위장관이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고단백, 고지방 식이는 소화 부담을 유발합니다. 시니어 사료가 대부분 중단백, 중지방인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에요.
중단백(DM 기준) 30–40%
중지방(DM 기준) 12–20%
따라서 사료 라벨의 ‘as-fed(습식 기준)’ 값을 DM으로 변환한 뒤 해당 범위 내에 있는 사료를 급여하는게 좋습니다.
3. IBD 고양이 식이 관리 : 소화효소 급여
소화를 도와줄 소화효소를 급여해주는게 좋습니다. 소화효소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소화효소 급여가 오히려 몸의 소화효소 생산을 줄인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이건 건강한 개체에서 과다투여 시 발생하게 되는 문제이고요. 고양이에서 임상적으로 검증된 사실은 거의 없습니다.
이미 IBD나 췌장염등의 소화기 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정상적인 소화효소 분비가 떨어져 있는 경우기 많아 보조 투여가 도움이 됩니다.
구토형 IBD의 경우 규봉이는 엔자이메디카 제품으로 큰 효과를 봤어요. 원래 한 달에 반은 구토를 했었는데 매끼마다 소화효소를 급여해서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호전되었습니다.
IBD 고양이의 식이 관리는 정답이 있는 영역이 아니라, 아이의 상태와 기호성, 알러지 원인에 따라 계속 조정해 나가야 하는 과정입니다. 규봉이도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식단을 찾았듯이, 집사님도 천천히 아이에게 맞는 조합을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오늘 정리한 내용이 사료 선택과 식이 조절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